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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 ㈜혜인 / 기업뉴스

‘가스엔진발전기 선두주자’ 만하임 캐터필라 공장 가보니
- 독일 脫원전 바람 타고 각광… 생산라인 ‘풀가동’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고속열차 이체에(ICE)로 약 30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인구 30만여명의 작은 도시 만하임. 만하임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다시 10여 분을 이동하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창립자인 ‘칼 벤츠’의 이름을 딴 ‘칼 벤츠 슈트라세(Carl-Benz-Straße)’ 정거장에 도착한다.

벤츠의 창립자로 잘 알려진 그이지만 사실 지난 1871년 그가 벤츠보다 앞서 설립한 것은 이 정거장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는 ‘캐터필라’의 가스엔진발전기 생산공장 ‘CES(Caterpillar Energy Solutions)’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캐터필라는 건설/광산용 장비, 육상/해상 엔진 및 발전기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 1위의 장비 제조업체이다. 지난해 매출액만 455억달러(약 51조5,500억원)로 전 세계 11곳에 생산공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캐터필라는 트랙터로 사업을 시작하는 등 1990년대 초반까지 건설중장비에 주력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인수했고, 지난 2011년에는 CES(당시 MWM)를 8억1,000만달러(약 9,177억원)에 인수·합병(M&A)하는 등 최근 들어 가스엔진발전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캐터필라가 가스엔진발전기 사업에 힘을 쏟는 것은 높은 효율로 인한 성장 기대감 때문이다. 가스엔진발전기 등을 통한 열병합 발전은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해 일반 발전 대비 효율성이 높다. 전력 외에 난방과 온수 등을 만들기 위해 보일러를 별도로 가동할 필요 없이 열병합 발전기 하나만으로 두 가지를 한번에 공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열병합 발전은 전체 연료 중 40%가량을 각각 열과 전력으로 변환해 손실률이 20%를 밑돈다. 하지만 일반 발전은 전체 연료의 절반 정도만 전력으로 변환해 손실률이 50%에 달한다. 알조샤 니콜라이 케르테스 CES 커뮤니케이션&PR 매니저는 “가스엔진발전기는 열·전력 생산에 있어 최대 90~95%의 효율을 낼 수 있어 여타 열병합 발전설비 대비 우월한 효율성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대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아민 로셀러 CES 생산라인 관리 책임자는 “미국의 지난해 가스 수출량이 10년 전 대비 약 3배 증가하면서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가스 가격이 하락했고 가스발전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스엔진발전기의 장점에 1880년부터 가스엔진을, 1910년부터는 디젤엔진을 생산해온 CES는 현재 가스엔진발전기만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외곽에는 이를 드러내듯 50톤 규모의 컨테이너 가스엔진발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고객의 주문에 맞게 ‘스페셜 커스터마이징’된 이 발전기는 통상 가로 8~15m, 높이·세로 각각 3m이지만 고객의 요청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제작에는 약 26주가 소요되는데 현장에 도착 후 3~5일의 모듈링 과정만 거치면 바로 가동이 가능하고 별도의 설치가 필요하지 않아 최근 산업현장은 물론 공동주택 등에서도 수요가 높다.

벤자민 박스무트 CES 발전기 엔지니어링 기술사는 “컨테이너 형식의 경우 전력 등을 끌어오기 위한 인프라를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이 조립만 하면 가동이 가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대형 발전소 설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지 확보 등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컨테이너 발전기는 그런 제약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된 컨테이너 발전기 7대는 현재도 전력망에 판매하고 있으며 그 양(연간 160,000MWh)은 2만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커넥팅 로드 등 엔진의 주요 부품을 조립하는 곳이 나타났다. 이들은 엔진 조립라인을 거친 뒤 발전기를 연결하여 완전한 가스엔진발전기 세트가 된다. 프랭크 퍼만 CES PR&온라인 마케팅 매니저는 “많은 기업이 엔진이나 발전기를 따로 사들여 조립하는 것과 달리 캐터필라는 엔진 발전기세트를 직접 생산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완성된 발전기는 공장 한가운데에 자리한 테스트벤치로 이동한다. 테스트벤치에서는 완성된 가스엔진발전기에 오일과 가스 등을 실제로 주입, 시험 가동운전을 하고, 단계별로 부하 운전을 실시하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독특한 점은 이 과정에서 생산된 전력을 버리지 않고 다시 공장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테스트벤치 근처에는 당시의 필요·생산·판매·구매전력 등을 표시한 전광판이 있었는데, 이 같은 테스트벤치 덕분에 공장을 찾은 오후 3시경까지 CES가 구매한 전력은 없었다.


테스트를 마친 발전기는 출고 전 최종 품질점검을 하게 되며 캐터필라의 상징인 노란색으로 도색한 후 공장출고가 이루어지고, 고객에게 배송된다.


노버트 뮐러 CES 영업지원 시니어 매니저는 “지난해 CES에서 생산·판매된 가스엔진발전기는 약 800 대로 올해에는 이보다 증가한 900대의 판매가 예상된다”며 “캐터필라 가스엔진발전기는 연료소모율이 낮아 효율이 높고 전 세계 딜러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CES의 본거지인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입어 가스엔진발전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탈원전 이후를 고민하던 상황에서 가스엔진발전기가 대안으로 떠올라서다. 에릭 드 러예 캐터필라 유럽 홍보 담당자는 “화력발전소의 경우 대기오염문제가 있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 상태에 따라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이와 달리 천연가스는 언제든 파이프라인에서 공급받을 수 있으며 바이오가스는 쓰레기나 하수처리시설 등에서 늘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발전량을 확보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에서도 가스엔진발전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가스가격의 하락세가 국내 가스 가격에도 반영될 경우 열과 전력을 동시에 공급하는 가스엔진발전기의 장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력이나 원자력 대비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에너지를 연료로 사용,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개선에 기여하면서도 재생에너지보다는 안정적이어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캐터필라의 국내 공식딜러사인 혜인의 김형태 발전에너지사업본부 본부장은 “혜인은 지난 1991년 국내 최초로 LS산전에 캐터필라 가스엔진발전기를 공급했으며 이후에도 코엑스와 셀트리온, 파르나스 호텔, 서남·탄천 물재생센터 등에 제품을 공급해왔다”며 “올해에는 대형 쇼핑몰과 컨벤션 센터, 병원,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는 천연가스용 가스엔진발전기를, 쓰레기 매립지와 물재생센터를 대상으로는 바이오가스용 가스엔진발전기를 공급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